집에 있어.
집에서 잤어.
한국어 학습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에'와 '-에서'를 혼동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장소와 이동을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로서의 '-에'와 '-에서'를 많이 혼동합니다.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두 조사가 문법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핵심 요약
-에 : 존재하거나 나타나는 장소/목적지
-에서 : 행동하는 장소/출발점
1. -에
1) [장소나 위치를 나타내는 명사에 붙어] 사람이나 사물이 존재하거나 위치하는 곳을 나타냄.
- 금재 씨는 시골에 살아요.
- 교실에 선생님과 학생들이 있다.
- 산에 나무가 많이 있어서 시원해.
- 선생님은 교무실에 계셔요.
2) ['가다, 오다' 등의 동사와 함께 쓰여] 행위의 진행 방향이나 목적지를 나타냄.
- 아침마다 학교에 갑니다.
- 시골에 오니 공기도 맑고 좋네요.
- 민정 씨는 대기업에 다닌다.
- 10분 후면 종착역에 도착하니 승객들은 내리실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2. -에서
1) 어떤 행위나 동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장소임을 나타냄.
- 금재 씨는 시골에서 밭농사를 지어요.
- 교실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 산에서 산책하니 시원하고 좋네.
- 선생님은 교무실에서 채점을 하고 계셔요.
2) 그 대상이 어떤 행위나 상태의 출발점이나 시작점임을 나타냄.
- 오후 5시면 학교에서 돌아옵니다.
- 서울에서 가니 두 시간 정도 걸리더라고요.
- 민정 씨는 회사에서 퇴근했다.
- 다음 열차가 춘천역에서 출발합니다.
3. '-에'와 '-에서' 비교
1) 장소를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 '-에'는 '있다/없다, 많다/적다' 등과 같이 존재나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와 함께 쓰입니다. 반면 부사격조사 '-에서'는 그 외의 '공부하다, 산책하다, 먹다' 등과 같이 행위나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와 함께 쓰입니다. 다음 문장을 보고 맞는 문장이 어떤 것인지 골라봅시다.
- 네가 찾는 책은 집에 있을 거야. / 네가 찾는 책은 집에서 있을 거야.
- 거실에 밥 먹자. / 거실에서 밥 먹자.
- 민지는 방에 공부하느라 바빠요. / 민지는 방에서 공부하느라 바빠요.
- 운동장에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 운동장에서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 성민 씨는 부모님과 함께 근교에 살아요. / 성민 씨는 부모님과 함께 근교에서 살아요.
- 한국에 체류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 한국에서 체류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정답
- 네가 찾는 책은 집에(O) 있을 거야. / 네가 찾는 책은 집에서(X) 있을 거야. (존재)
- 거실에(X) 밥 먹자. / 거실에서(O) 밥 먹자. (행위)
- 민지는 방에(X) 공부하느라 바빠요. / 민지는 방에서(O) 공부하느라 바빠요. (행위)
- 운동장에(O)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 운동장에서(X)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존재)
- 성민 씨는 부모님과 함께 근교에(O) 살아요. / 성민 씨는 부모님과 함께 근교에서(O) 살아요.
- 한국에(O) 체류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 한국에서(O) 체류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이상한 점이 있다고요? 5, 6번 문장은 둘 다 정답이 맞냐고요? 맞습니다. '살다, 머무르다, 체류하다' 등의 동사와 쓰일 때는 '-에'와 '-에서'를 대체해서 쓸 수 있습니다.
2) 이동을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로서의 '-에'와 '-에서'를 비교해봅시다. '-에'는 '향하거나 다다르는 지점'을 나타내며, '-에서'는 '일이나 행동이 비롯되는 출발점'을 나타냅니다. 다음 문장을 보고 맞는 문장이 어떤 것인지 골라봅시다.
- 영주는 회사에 출근했어요. / 영주는 회사에서 출근했어요.
- 이번 소풍은 학교에 출발합니다. / 이번 소풍은 학교에서 출발합니다.
- 집에 들렀다 갈게. / 집에서 들렀다 갈게.
- 그에게 집에 올 때 치킨을 사달라고 했다. / 그에게 집에서 올 때 치킨을 사달라고 했다.
정답
- 영주는 회사에(O) 출근했어요. / 영주는 회사에서(X) 출근했어요. (회사 : 목적지)
- 이번 소풍은 학교에(X) 출발합니다. / 이번 소풍은 학교에서(O) 출발합니다. (학교 : 출발지)
- 집에(O) 들렀다 갈게. / 집에서(X) 들렀다 갈게. (집 : 목적지)
- 그에게 집에(O) 올 때 치킨을 사달라고 했다. / 그에게 집에서(O) 올 때 치킨을 사달라고 했다.
4번은 무엇이 맞는 문장일까요? 정답은 '둘 다 맞다'입니다. 다만 이때 두 문장의 의미가 달라지죠. 4-1번 문장은 '집으로의 이동'을 의미하며, 4-2번 문장은 '집에서부터의 출발'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상황과 문맥에 따라서 둘 다 맞는 문장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부사격 조사 '-에'와 '-에서'의 차이를 알아보았습니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화자라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면 위와 같은 개념을 숙지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 자료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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