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음식 함부로 주워/줏어 먹지 마.
'떨어지거나 흩어져 있는 것을 집다'라는 뜻의 단어는 줍다가 맞을까요, 줏다가 맞을까요? 활용형은 주워일까요, 줏어일까요? 두 표현 다 맞는 것 아니냐고요? '표준어'를 기준으로 한다면 맞는 표현과 틀린 표현이 있습니다. 예문과 함께 정확한 표현은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
* 핵심 요약
줍다: 떨어지거나 흩어져 있는 것을 집어 올리다. (표준어)
줏다: '줍다'의 방언 (강원, 경기, 경상, 전남, 제주, 충청)
1. 줍다(O) vs 줏다(X)
: '줍다'가 표준어. '줏다'는 방언, 옛말, 혹은 북한어로, 엄밀히 말하면 표준어가 아님.
1) 바닥에 떨어지거나 흩어져 있는 것을 줍다.
- 산에서 쓰레기를 주웠다.
- 바다에서 조개 껍데기를 줍는 취미가 있어요.
2) 남이 잃어버린 물건을 집다.
- 떨어진 물건 함부로 줍는 거 아니야.
- 어디선가 떨어뜨린 핸드폰을 누가 주우면 어떡하지?
3) 버려진 아이를 키우려고 데려오다.
- 영수는 자신이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라는 농담에 울었다.
- 그들은 주워 온 자식을 사랑으로 키웠다.
4) 아무 것이나 취하거나 가져오다.
- 바쁠 땐 제대로 식사를 챙기지 못하고 아무거나 주워 먹는다.
- 그렇게 아무거나 주워 담으면 금세 가방이 꽉 찰 거야.
* 주로 동사 앞에서 '주워'로 씀
이처럼 '줍다'와 '줏다' 중 표준어로서 맞는 표현은 '줍다'입니다. 그런데, '줍다'에 '-어', '-(으)면'과 같은 어미가 결합하니 '주워', '주우면'과 같이 변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줍다'가 'ㅂ불규칙 활용'을 하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2. ㅂ불규칙 활용
: 어간의 받침 'ㅂ'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만나면 ㅂ이 탈락하는 활용. '-아'로 시작하는 어미와 만나면 '-오'로 변하고, '-어'로 시작하는 어미와 만나면 '-우'로 변한다.
- 예: 줍다➡주워, 주우니, 주우면, ...
이외에도 '돕다', '굽다', '뵙다', '눕다', '곱다', '아름답다', '밉다' 등의 단어가 있다.
3. 줍다, 줏다 헷갈리는 이유
'줍다'는 중세 국어에서는 '줏다'였습니다. '줏다'가 ㅅ불규칙 활용이 일어나서 '줏고, 주ㅿㅓ'와 같이 쓰다가, 근대 국어에서 'ㅿ(여린 시옷)'이 소실되며 '줏고, 주어, 주으니'와 같이 남았습니다. ㅂ불규칙 활용 형태인 '주워, 주우니'와 형태 및 발음이 아주 비슷하죠. 이 때문에 언중들이 '주어, 주으니'의 어간을 '줍-'로 착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줍다'와 '줏다'를 헷갈리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참고: 김무림, 「'자시다, 잡수다, 잡숫다, 잡수시다'의 어원」, 『새국어생활 제18권 3호』, 2008, 152쪽)
'줏다'는 현재 많은 지역에서 방언으로 사용하는 표현인 만큼 완전히 틀린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시험이나 공식적인 석상 등에서는 되도록 표준어인 '줍다' 사용하는 것이 좋겠죠. 이번 게시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 참고 자료: 김무림, 「'자시다, 잡수다, 잡숫다, 잡수시다'의 어원」, 『새국어생활 제18권 3호』, 2008
& 국립국어원, 한국어기초사전, 고려대 한국어사전(다음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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