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걸러 하루 위기에 가까운 금융 시장 소식이 들리는 요즘입니다. 미국의 SVB에서 시작하여 지난주 유럽의 크레딧스위스 은행, 도이체방크 등이 위기설이 돌며 주가가 급락을 했죠. 유럽 은행 위기설의 중심에는 '코코본드'라는 것이 있습니다.
0. UBS의 크레딧스위스(CS) 은행 인수합병
현지 시간 3월 19일, 스위스 1위 은행인 UBS가 위기의 크레딧스위스(CS) 은행을 마침내 인수합병했습니다. UBS가 인수를 위해 지불한 비용은 약 32억 달러(약 4.1조 원)입니다. CS 주주들은 60% 손실을 본 가격으로 UBS의 주식을 받게 되었습니다. 파산이라면 휴지조각이 될 뻔했으나, 큰 손실을 보더라도 인수합병으로 미미한 금액이나마 남긴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싶습니다.
이로써 주주들은 살았으나, AT1 채권(기타기본자본 채권)을 가진 사람들은 더 큰 손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AT1 채권은 위기 시에는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을 가진 채권으로, 대신 이자를 좀 더 높게 쳐줍니다. CS에서 발행한 이 채권의 규모가 22조 원입니다. AT1 채권을 다른 말로 '코코본드'라고 합니다.
1. 코코본드란? (CoCos)
쉽게 풀어서 쓰면 조건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채권(Contingent Convertible Bond)입니다. 기본적으로 채권의 형태로 발행이 되지만, CS 사태처럼 은행이 경영상 위기를 맞는 등의 일정한 조건이 성립하는 경우, 주식으로 바뀌거나 여기에 대한 돈을 안 갚아도 되는 채권입니다.
2. 코코본드에 투자하는 이유
극단적으로는 갚지 않을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코코본드에 투자하는 이유는, 그만큼 높은 이자를 주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죠. 그 기저에는 '이렇게 큰 은행이 망할 리가 없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참고로 CS는 160년 넘는 업력을 가지고 있는 전통 있는 은행이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유사시에 유상증자 등을 하지 않아도 여유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서 든든한 채권입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금융기관이 부실해질 경우에도 당장 세금 등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상각 되어버린 CS의 코코본드
통상 채권자는 주주보다 우선순위입니다. 따라서 코코본드 채권자들도 CS가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겪어 파산하더라도 자신들의 채권은 최소한 주식으로 바뀌어 유효할 것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CS가 UBS에 인수되면서 코코본드는 주식 전환이 아닌 '갚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어 버렸죠. 이 사태로 채권자들은 코코본드의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며, 그 규모가 약 22조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 코코본드 시장의 신뢰 하락과 본드런 위험
통상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채권을 휴지조각으로 만들면서 주주들만 살려주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보통은 채권부터 살려주고, 이후 남은 주주들을 살려주었죠. 그러나 이번에 순서가 바뀌고 룰을 깨뜨림으로써 채권시장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CS의 이런 사태는 본드런으로 파장이 갈 수 있습니다. 본드런이란, 돈이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투자자들이 CS뿐만 아니라 이러한 채권을 발행해 온 금융사에 불안감을 가질 수 있고, 실제로 주가가 최근 들어 굉장히 많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금융시장에서 코코본드 글로벌 시장 규모를 대략 2,750억 달러 (약 350조 원) 정도로 보는데, 이 시장에 돈이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CS에 이어 도이체방크 주가가 급락한 것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죠.
다시 한번 금융 시장은 신뢰로 돌아간다는 것을 느낍니다. 미국 금융안정감독위(FSOC)는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안전하다고 강조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고자 했습니다. 신뢰 하락으로 인한 더 이상의 불상사를 막고자 하기 위함이겠지요. 이럴 때일수록 개인들 또한 현명한 판단과 투자를 이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 참고 자료 : Investopedia, 시사 경제용어사전, MBC 뉴스외전 경제 쏙
Copyright ⓒ NT All Rights Reserved.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디지털 뱅크런이란? (스마트폰 뱅크런, 조용한 뱅크런)
2023년 미국 FOMC 회의 일정 (금리 회의) +결과
'재테크 이야기 > 경제 용어 쉽게 알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지털 뱅크런이란? (스마트폰 뱅크런, 조용한 뱅크런) (0) | 2023.03.19 |
---|---|
머니무브, 역머니무브란? (逆 money move) (0) | 2023.03.04 |
울트라 스텝 / 자이언트 스텝 / 빅 스텝 / 베이비 스텝이란? (0) | 2022.07.18 |
밈주식이란? (Meme Stock) (0) | 2022.01.18 |
양적긴축 / 테이퍼링 / 양적완화란? (0) | 2022.01.11 |
댓글